우리가 흔히 먹는 약, 정말 안전할까?
두통이 심할 때, 열이 날 때 우리는 습관처럼 타이레놀을 찾습니다. 가까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처방전 없이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약은 ‘진통해열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 친숙함에 방심한 나머지, 이 약을 과다 복용하면 간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종류의 감기약을 한 번에 복용하거나, 권장 용량을 넘겨 복용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자주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왜 위험할 수 있는지, 어떻게 복용해야 안전한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란 무엇인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통해열 성분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두통, 발열, 근육통, 생리통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사용되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는 달리 위장 장애나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일반인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사용 접근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성과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오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일정 용량 이상 복용하면 간세포에 독성을 일으켜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다 복용 시 나타나는 독성 작용
아세트아미노펜은 적정 용량 내에서는 안전하지만, 일정 수준을 초과해 복용하면 강한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1회 150mg/kg 이상 또는 하루 7.5g 이상을 복용하면 간 손상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어린이 역시 체중에 비례하여 용량이 정해지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다 복용 시 증상은 섭취 직후 바로 나타나지 않고, 시간대별로 점진적으로 진행됩니다. 복용 후 24시간 이내에는 메스꺼움, 구토, 식욕 저하, 창백함, 피로감 등 비교적 경미한 소화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때 증상이 나아졌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2,472시간 사이에는 간 손상이 시작되어 우측 상복부 통증, 간 수치 상승 등의 징후가 나타나며, 복용 후 7,296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악화되어 간부전, 신장 기능 저하, 뇌증,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단일 제품뿐만 아니라 종합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에도 포함되어 있어, 무심코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과량 섭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 외에도 여러 감기약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이 누적되어 독성 용량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독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해독제인 'N-아세틸시스테인(NAC)'은 복용 후 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가 높으며, 시간을 놓치면 간 손상을 막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할까?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은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그 주요 원인은 바로 ‘약 성분에 대한 인식 부족’과 ‘자가 판단에 의한 약 복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통제나 감기약을 복용할 때, 같은 성분이 중복되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종합감기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타이레놀과 같이 복용하면 쉽게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별도의 처방 없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오남용을 부추깁니다. 피로하거나 열이 날 때마다 자주 복용하는 습관, 권장 용량을 넘는 복용 등도 중독 위험을 높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이 ‘식품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인식입니다. 몸에 좋다고, 빨리 낫고 싶다고 약을 많이 먹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중독 사례와 통계
최근 질병관리청의 2023년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5개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보고된 중독 환자는 총 7,766명이었고, 이 중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이 50.8%**로 가장 많았습니다. 내용보기
이는 연간 10만 명이 넘는 국내 중독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약 자체’로 인한 중독임을 의미합니다
이중 특히 10대의 경우 80.5% 이상이 치료약물 중독이었으며, 세부적으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항류마티스제’가 175건(20.6%)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청소년층에서도 타이레놀 오남용이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중독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증에 해당했으며, 전체 조사에서 122명(1.6%)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약물은 ‘일상 속 독’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전한 약 복용 수칙
아세트아미노펜을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수칙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제품 겉면 또는 설명서에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중복 복용을 피해야 합니다. 둘째, 하루 최대 복용량(성인 기준 4,000mg)을 절대 초과하지 말고, 간 질환이 있거나 음주 중이라면 복용 전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합니다. 셋째, 여러 종류의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각각의 약 성분이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메스꺼움, 복통, 피로감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하며, 중독이 의심될 경우 8시간 이내에 해독제(NAC) 투여가 중요합니다. 약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약도 ‘독’이 될 수 있다
우리 곁에 너무나 익숙한 약,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적절하게 사용하면 유용한 진통해열제이지만, 방심하거나 오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이든 '안전하다'는 생각보다는, '정확히 알고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약은 치료제가 될 수도, 독극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약 복용 습관이 곧 내 몸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